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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뉴스모음/방글라데시 뉴스

방글라데시 테러는 하필이면 이들을 골랐다


7월1일(현지 시각), 22명이 사망한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발생한 테러로 일본인 7명이 희생되었다. 일본인 희생자 7명은 방글라데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이들이라, 일본 사회의 안타까움은 더 컸다.

이들은 모두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관계자들이었다. JICA는 일본 공적개발원조(ODA)를 담당하는 시행기관으로 개발도상국에서 국제 협력 사업을 진행한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일본의 원조를 받아 수도 다카의 심각한 교통체증 해소를 위한 인프라 정비 사업을 실시하려고 했다. 이와 관련 JICA가 사전조사를 진행하던 중 인질극이 발생한 것이다.

희생된 시모다이라 루이(27) 씨는 학창시절 캄보디아의 초등학교에 가서 그네를 만드는 등 개발도상국 교육지원 봉사활동을 해온 행동파다.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 때는 재해 지역에서 쓰나미에 쓸려 엉망이 된 사진을 깨끗이 씻어 재해민에게 돌려주는 자원봉사에도 참가했다. 개발도상국 지원이 장래희망이던 그녀는 관련 컨설팅 회사에 취직해 타이·방글라데시에서 활동 중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도시개발 게임 마니아였던 오카무라 마코토(32) 씨는 아시아 각국에서 교통 관련 인프라 정비 사업을 담당해온 기술 인재였다. 하시모토 히데키(65) 씨와 다나카 히로시(80) 씨는 경력이 풍부한 철도 건설 기술자였다. 이들은 수십 년 동안 쌓은 철도 건설 기술 노하우를 살려 방글라데시 마을 만들기에 공헌할 참이었다. 다나카 씨는 출국 직전까지도 초등학생을 위한 공작놀이용 장난감을 만들었다고 한다.

7월5일 방글라데시 다카 테러로 숨진 일본인 희생자들의 시신이 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가운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헌화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 이슬람국가(IS)의 테러로 일본인이 희생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10월에도 방글라데시 북부 랑풀에서 일본인 남성이 피살되었다. 이번에 테러를 벌인 단체와 같다. IS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무장단체 ‘자마에툴 무자헤딘 방글라데시’(JMB)다. 지난해부터 현지 일본인들은 다카 시내 대중교통 이용이나 지방 출장을 줄이면서 조심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현지 주민들이 ‘외교관 존’이라고 부르던 안심 지역에서 테러가 일어났다. 표적이 된 식당은 대사관 밀집 지역의 고급 주택가로 주변 경비 태세나 치안 상태가 좋았다. 식당은 담이 높고 입구에는 경비원 한 명이 상주하고 있었다. 현지 일본인이라면 안 가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가게라고 한다. 사건 당일은 특히 라마단(이슬람 금식월) 종료를 축하하는 ‘이드 알피트르’ 축제를 앞둔 9일 연휴의 첫날이어서 손님이 많았다. 당시 테러에 희생된 일본인들은 먼저 귀국할 동료의 송별회를 하고 있었다.

'일본인이니 쏘지 말아달라' 했지만…

이번 테러 사건을 다루는 일본 방송들은 주로 ‘비교적 온건한 이슬람교 나라 방글라데시에서 왜 이와 같은 테러가 일어났는가’ ‘일본에 우호적인 나라 방글라데시에서 왜 일본인이 표적이 되었을까’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 있다. 방글라데시가 일본에 우호적인 이유로 일본 정부의 원조가 늘 거론된다. 1970년대부터 일본 정부는 적극적으로 방글라데시에 유·무상 ODA 지원을 해왔다. 대표적인 예가 방글라데시 국토를 남북으로 가로지른 브라마푸트라 강에 다리를 건설한 것이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건국 이래 브라마푸트라 강에 다리를 놓아 동서를 이을 작정이었다. 트럭이 강을 건너려면 페리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는데 보통 36시간씩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1998년 일본 정부가 총공사비의 30%를 유상 원조해 철도, 가스 파이프라인, 송전선 따위 설비를 갖춘 다목적 다리가 완성되었다. 이 다리 덕분에 12~18분 만에 강을 건널 수 있게 되었다. 방글라데시의 지폐 100다카와 5다카 동전에 이 다리 그림이 들어가 있다. 방글라데시 국민이라면 누구나 브라마푸트라 강의 다리가 일본의 원조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일본에 고마워한다고 한다. 일본은 현재 방글라데시에 대한 최대 원조국 중 하나로, 2014년도 ODA 금액은 1262억 엔이었다. 2014년까지 일본 정부가 방글라데시 정부에 지원한 무상 자금 협력은 약 4777억 엔에 이른다. 그래서 일본인 피해자 한 명은 테러범들에게 '일본인이니 쏘지 말아달라'고 말했지만 소용없었다.

방글라데시에는 2015년 10월 말 기준으로 일본인 985명이 체류하고 있다. 일본무역진흥기구에 따르면 현재 방글라데시에 유니클로, 아지노모토 같은 일본계 기업이 240개나 진출해 있어 기업의 상주 주재원도 많다. 최근 5년 동안 방글라데시 주재 일본 기업 수가 2배로 늘 정도로 일본 기업 진출이 활발하다. 한때 아시아의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방글라데시는 국내총생산 약 6%대의 경제 성장을 매년 거듭하고 있다. 이 같은 안정적인 경제 성장과 약 1억6000만 인구는 일본 기업에 매력적인 투자 여건이다. 치안이 좋아졌다는 점도 일본 기업이 많이 진출하게 된 배경의 하나였다.




이번 테러로 일본인들은 자신들도 지구상 어디에서나 테러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래서 불안감도 더 크다. 방글라데시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은 안전 대책을 강구하느라 고심 중이다. 방글라데시에서 자동차 위탁 생산을 하고 있는 미쓰비시는 불필요한 출장을 자제하고 있고, 유니클로는 9개 점포의 보안을 더 강화했다.

방글라데시를 오랫동안 지원해온 시민단체들은 일본인이 테러 표적이 된 이번 사건에 큰 우려를 표한다. 30년 동안 방글라데시의 전기 공급이나 아이들 교육 지원을 해온 시민단체 ‘간사이 방글라데시 프로젝트’ 대표는 '방글라데시는 온건한 이슬람교 나라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믿을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매년 실시해온 현지 방문은 중지하지만, 학비나 기부금을 보내는 운동은 계속하기로 했다. 20년 전부터 방글라데시 지하수 오염문제 해결 운동을 해온 ‘아시아 비소(砒素) 네트워크’ 대표도 현지에서의 활동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수도 다카와 지방 도시 1곳에 일본인 직원을 한 명씩 파견해놓은 이 단체는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현지학습 여행과 일본인 학생의 인턴 사업을 중지시켰다.

법무성 통계에 따르면 일본에는 1만명 정도의 방글라데시인이 산다. 일본에 거주하는 방글라데시인들은 테러범들이 진정한 이슬람교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방글라데시는 아직 개발도상국이어서 외국 원조 없이는 살기 힘들다. 이번 사태로 외국의 원조나 기업 진출이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은 테러에 굴하지 않고 강력히 대처할 것이다'라는 의례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신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지원은 신속하게 이뤄졌다. 7월5일에는 관계 각료회의를 열어 유족에게 조문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6월 관련법이 제정되어 아직 시행 전이지만 특별 조치를 내린 것이다.


자출< 시사IN >